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 박준 - 교보문고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의 시인 박준, 그의 첫 산문집!“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고 있거나 이미 고아입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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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 samsung 무료 추천도서라서 읽게 되었다.
제목부터 그리고 표지에 얼굴 없는 사람들의 모습이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바로 읽게 되었고, 정말 읽기 편했고 누군가의 인생이야기를 같이 여행하면서 듣는 기분마저 들었다. 여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건 저자의 글 제목 센스 때문이었는데, 특히 나도 같은 곳을 방문했을 때, 같은 감정을 느낀 생각들이 겹쳐질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랑 같은 생각을 하셨구나라는 생각에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누군가의 부재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 사유가 어떤 일에서 비롯된 것인지보다도 그 존재가 없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힘든 일이다. 책에서 누나의 부재에 대해 저자가 쓴 글이 있는데, 지금 살아있지 않은 누나가 모아놓은 편지지를 하나씩 읽으면서 본 문구들 중에 죽은 자의 허기를 감당할 수 없었다는 글이 기억에 남는다.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에 없다면 내가 생전에 해줄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이 감당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그 때 그 자리에 내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도 모든지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 광부의 자식이던 사람의 글을 받고 저자 자신의 아버지가 광부가 아니였음을 이야기하는 글도 기억에 남는다. 글로 표현하는게 직업인 사람들의 고충이 아닐까? 물론 거짓말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야기를 전달하는 화자의 가족으로 표현하는게 읽는 사람에게도 더 감동을 주는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진실 여부를 떠나서 누군가의 마음에 남는 글을 쓴다는 건 정말 대단하고 멋진 일이다.
 
사실 시집이나 에세이를 선택해서 읽지 않는 것 같은데 이 책으로 인해서 내 생각이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시집이 멀게만 느껴지는게 아니라 시를 통해 느끼는 감정이 공유되는 걸 느끼면서 관심이 생겼다.
 
 
글을 읽으면서 제일 와닿았던게 제일 앞에 있던 시구였는데 '그늘'이라는 시이다.
 

남들이 하는 일은
나도 다 하고 살겠다며
다짐했던 날들이 있었다.

어느 밝은 시절을
스스로 등지고

걷지 않아도 될 걸음을
재촉하던 때가 있었다는 뜻이다.

 
나 역시 인생의 공백기가 있었고, 남들이 하는 일을 다 하려고까지는 아니지만 보통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던 추억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나 나름대로 대견하고 열심히 산 추억이지만 어느 밝은 시절을 스스로 등진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 스스로를 너무 힘들게 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후회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도 늦지 않은 밝은 시절이니까 더 밝게 살면서 열심히 놀고 열심히 일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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